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고미숙 지음) 독서 노트다.
상세한 내용은 책을 직접 읽어 보시면 큰 공감을 느끼실겁니다. (아래)
동의보감은 국보 제319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동의보감은 대한민국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2009년 7월 31일 지정되었다.
선조 때 연구, 편집 등 착수하여, 광해군 3년 (1610년)에 허준이 마무리하여 완성하고, 광해군 5년 (1613년)에 간행한 의학 서적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동의보감 편찬 400년만에 재편찬 사업을 추진하여 2020년 공개했다.
1장 허준, 거인의 무등을 탄 “자연 철학자”
1596년 어느 날 선조는 어의 허준에게 의서 편찬을 명한다.
하지만, 1597년 정유재란이 발발하면서 프로젝트팀은 해체되었다.
허준 69세 나이에 의주땅으로 유배를 가게 된다. 유배 기간은 1년 8개월.
이 기간동안 동의보감이 완성되었다.
71세로 유배지에서 돌아오자마자 마침내 동의보감을 완성하여 조정에 바친다. 무려 14년의 여정이었다.
1615년, 77세 나이로 생을 마친다.
동의보감에는 의학사의 양대지존인 “황제내경”과 “상한론”, 손진인의 “천금방”을 거쳐 이천의 “의학입문”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의학사의 최고봉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
병을 고치는 “최고의, 최종의” 방편으로 “마음을 비우라” 는 처방이 곳곳에 등장한다.
注) 위의 한 줄 내용만 마음에 간직해도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동의보감은 목차만 장장 100페이지가 넘는다.
하지만, 총 목차는 단순 명쾌하다.
몸속 모습을 다루는 “내경편”,
몸 바깥 모습을 다루는 “외형편”,
그리고 몸 안팎의 기운들이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각종 질병을 다룬 “잡병편”,
이 세 가지가 기본 뼈대고, 뒤를 이어 “탕액편, “침구편”으로 마무리된다.
내경-외형-잡병-탕액-침구의 순서다.
동의보감에는 명의 ‘편작’조차도 치료할 수 없는 병 6가지를 서술했다.
첫째, 교만하고 방자하여 이치에 따르지 않는 것
둘째,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재물을 중시하는 것
셋째, 먹고 입는 것을 챙기지 않는 것
넷째, 음양과 장기가 다 안정되지 않는 것
다섯째, 몸이 마르고 약을 먹을 수 없는 것
여섯째, 무당을 믿고 의사를 믿지 않는 것
2장 의학, 글쓰기를 만나다! : 이야기와 리듬
허준은 의사이기 이전에 학자였다.
한의학을 배운다는 건 “낭송의 달인” 이 된다는 뜻이다.
조선시대 자료 가운데 우울증에 대한 기록은 연암의 경우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니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며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하지만, 니체는 정신병원에서 고독하게 죽어가야 했다.
니체가 꿈꿨던 죽음을 그대로 실현한 이가 바로 연암이다.
연암 박지원은 69세 때 풍비 (관절과 근육의 통증과 강직)가 와서 꼼짝할 수 없게 되자 연암은 약을 물리친 다음, 친구들을 불러들여 술상을 차리고 서로 이야기 나누도록 했다. 친구들의 이야기와 웃음소리를 들으며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다. (99 page)
3장 정(精), 기(氣), 신(神) : 내 안의 자연 혹은 “아바타”
정기신 은 낯설지만 “정신” 이라는 말은 널리 쓰이는 용어다.
정은 생명의 물질적 토대,
신은 물질을 움직이는 무형의 벡터. 이 둘이 결합한 것이 정신인 셈이다.
精이란 무엇인가? ”두 사람의 神이 서로 부딪쳐 하나가 되어 形이 된다. 정 – 진액 – 골수 – 신장 – 생식
氣는 무엇인가? “氣는 神의 할아버지고, 精은 氣의 자식, 氣는 정 精과 신神의 토대 ” 다. 기 – 호흡 – 폐 – 패기
氣 할아버지 > 精 아들 > 神 손주
神은 GOD가 아니다. 神 – 변화 – 무형 – 심장 – 마음
나는 “아바타”다.
삶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동사는 운동성이 존재를 규정한다. 이 때 운동은 이동, 중첩, 변이가 핵심이다.
동의보감이 말하는 질병의 진행 과정은 아 – 채 – 병 이다.
아 는 원초적 불균형을 뜻한다. 드러나지 않는 씨앗 단계다.
채 란 피로한 상태다. 스트레스와 과로 상태에 가깝다. 씨앗이 발아해서 점차 누적되어 가는 단계다.
병 은 구체적인 증상과 함께 자신을 드러낸 단계
4장 “통하였느냐?” : 양생술과 쾌락의 활용
밥을 먹고 나서는 100보 걸으면서 손으로 배를 자주 문지른다.
양생이란 생명의 원기를 잘 다 스리는 것이고,
양생은 무엇보다 “잘” 살기 위함이다.
注) 사전 정의 상, 養生 양생은 병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잘 하는 것. (동의어로 섭생, 보양)
우리 시대의 의사가 제시하는 양생법이다.
동의보감 오식, 5가지 식사 방법
조식 (소박하게 먹자),
소식 (적게 먹자),
절식 (절도있게 먹자),
합식 (함께 먹자),
안식 (편안하게 먹자)
5장 몸, 타자들의 공동체 : 꿈에서 똥까지
정화스님에 따르면,
종교란 ‘으뜸가는 가르침’ 이란 뜻이다.
관련하여, 똥, 오줌을 비롯한 내 안의 타자들이 전해 주는 메시지다.
6장 오장육부, 그 마법의 사중주
자연의 아바타는 精氣神 정기신.
정기신의 아바타는 오장육부, 오장육부의 아바타는 얼굴이다.
오장 (간, 심장, 비장, 폐, 신장)은 내부를 구성하는 장기이고,
육부 (담, 소장, 위, 대장, 방광, 삼초)는 외부적이다.
오장 은 정기를 저장하나 내보내지 않는다.
육부 는 오곡을 소화시키나 저장하지 않는다.
오장육부, 운명의 커플이다.
간/담, 심장/소장, 비장/위, 폐/대장, 신장/방광은 운명의 커플이다.
음양이 다시 다섯 가지의 스텝으로 변주 되는 것이 오행 이다.
목화토금수, 상생의 리듬이다. (241 page)
동의보감에서 보면, 한해의 시작은 설날이 아니라 입춘부터다.
동물에겐 얼굴이 없다. 동물은 머리라고 말하지 얼굴이라고 하지 않는다.
인간은 머리와 얼굴이 분리되어 있는 존재다.
얼굴, 타고난 ‘꼴’이 좋지 않아도 꼴의 빛깔이 달라지면 인생이 바뀐다.
관상보다 심상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사람에게는 구규 (아홉 개의 구멍)가 있다. 일곱 개가 얼굴에 있다. 눈이 가장 중요한 구멍이다.
칠정이란 기쁨 (희 喜), 화냄 (노 怒), 걱정/근심 (憂), 생각 (思), 슬픔 (悲), 두려움 (恐)/놀람 (驚) 이다.
注) 칠정을 喜怒哀樂愛䜑慾 희노애락애오욕 으로도 분류한다.
7장 병과 약 :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땅의 기운인 지기는 천기로부터 유래한다.”
“하늘의 기운은 땅속으로 돌아다니다가 지기의 형태로 나와 만물을 자라게 한다.” (신동원 외, 『한권으로 읽는 동의보감』 405쪽)
병이란 몸과 외부 사이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삶이 있는 곳엔 늘 병이 따라 다닌다.
양기는 동지 (양력 12월 22일경)부터 올라오기 시작하여 하지 (양력 6월22일경)에 하늘에 도달한다
육기(六氣)는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 다.
육기 가운데 風은 백 가지 병의 으뜸이다.
몸이 떨리면 병이 나으려는 것이고, 마음이 떨리면 병이 심해지려는 것이다.
히포크라테스도 “음식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 고 했다.
음식의 핵심은 곡식이다. 精과 氣 글자에 모두 쌀 米자가 들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회식 중독자들의 경우는 술과 노래방과 성이 결합한다.
암과 앎 –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이런 병중들의 종결자가 다름 아닌 암이다.
“암은 구체적인 하나의 질병이 아니다. 세포가 걷잡을 수 없이 마구 증식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 여러 질병의 통칭이다” (샤론 모알렘, “아파야 산다” 233쪽)
이웃 세포와의 교류를 거부하고 자신만을 증식하는 세포, 그것이 곧 암이다.
천지만물이 다 약이다! 병이 있는 곳엔 약도 존재한다.
명현 반응이란 약을 먹거나 침을 맞았을 때 아픈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8장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임신과 탄생은 병이 아니다.
모든 병에 남자는 반드시 성생활을 살피고, 여자는 먼저 월경과 임신을 물어야 한다.
(잡병편, 변증 926쪽)
동의보감에서 제시하는 인간의 가장 자연스런 생체주기다.
여자의 일생은 7단위로, 남자의 일생은 8단위로 바뀌어 간다.
여자는 14세 이후 “월경에 때맞추어 나오므로 자식을 둘 수 있다”
남자는 16세 이후 “정기가 흘러넘쳐 음양이 조화되므로 자식을 낳을 수 있다”
14세에 천계가 열리면서 초경이 시작되고, 49세에 천계가 닫히면서 폐경이 된다.
이게 여성의 몸에 흐르는 자연의 리듬이다.
에필로그 글쓰기와 “호모 큐라스”
동양의 전설적인 명의 편작 한테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두 형님이 있었다.
형제, 모두가 의술의 대가였는데,
큰형은 병이 걸리기 전, 곧 미병단계에서 치료를 했다고 한다. 환자가 되기 전에 손을 쓴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의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작은형은 초기단계의 병을 고치는 의사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저 “소소한” 병을 고치는 아마추어 의사라고 생각했다. (천고의 명의들, 류방승 옮김, 옥당, 2009, 26쪽)
“호모 큐라스”
큐라스는 케어의 라틴어다. 고로, 호모 큐라스란 케어의 달인이라는 뜻.
케어는 치유, 돌봄 등으로 번역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수련이 더 적절하다.
태어난 이상 누구든 아프다.
아프니까 태어난다. 태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곧 아픔이다.
또 살아가면서 온갖 병을 앓는다.
산다는 것 자체가 아픔의 마디를 넘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결국 죽는다. 모두가 죽는다. 죽음은 삶의 또 다른 얼굴이다.
생명의 절정이자 질병의 최고경지이기도 하다. 결국 탄생과 성장과 질병과 죽음, 산다는 건 이 코스를 밟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질병과 죽음을 외면하고 나면 삶은 너무 왜소해진다. 그걸 빼고 삶이라고 할 게 별반 없다.
역설적으로 병과 죽음을 끌어안아야 삶이 풍요로워진다. 잘 산다는 건 아플 때 제대로 아프고 죽어야 할 때 제대로 죽는것, 그 과정들의 무수한 변주에 불과하다. (429 ~ 430쪽)
허준은 동의보감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스로 자기 병을 알아 스스로 치유해 가라고,
또 양생술 을 통해 요절할 자는 장수하고 장수할 자는 신선이 되라고.
글쓰기와 자기수련
행을 닦아야 한다.
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건 꿈이 아니라 망상일 뿐이다.
그럼 어떤 행이 필요한가?
108배나 등산, 걷기, 낭송 등 방법은 수없이 많다.
뭘 택하건 매일의 일상에서 규칙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가능하면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공간에서, 처음에는 힘들지만 몸이 그 리듬에 익숙해지면 그 시공간의 기운을 몸에 저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 반드시 앎의 의지와 욕망이 함께 가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어떤 실천이나 수행도 매너리즘에 빠지고 만다. 글쓰기가 가장 좋은 수련법이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4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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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지은이 고미숙, 펴낸곳 그린비출판사
글쓰기 2024.1.20. 업데이트 2024.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