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 Point 하자

발행 2020.03.06. | 업데이트 2026.08.06.

Pin Point 하자

1. 원활한 소통은 정확한 표현에서 온다

엔지니어가 반드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습관 중 하나는 바로 정확하고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를 유심히 살펴보면, 생각보다 굉장히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들이 많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기계나 시스템을 다루는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이러한 대화들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공차(Tolerance)’가 너무나 크다. 허용 오차 범위를 훨씬 벗어난 모호한 언어들이 소통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오해를 유발하며, 나아가 심각한 설계 및 제조 오류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황을 예시로 들어보자.

“저 건물 가격이 대체 얼마나 될까?”

“음, 대충 한 이삼십억 정도 하지 않을까?”

이 대화에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이며,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는 아무런 위화감 없이 지나쳐간다. 무려 10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공차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듣는 이나 말하는 이 모두 이상하게 느끼지 않는다. 인간적인 대화나 감성적인 교감을 나눌 때는 이러한 모호함이 오히려 부드러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강점이 있다고 나름대로 변명을 댈 수도 있을 것이다.

2. 엔지니어링 세계에서의 모호함이 가지는 위험성

하지만 이러한 애매모호한 화법과 표현 방식은 엔지니어가 반드시 고쳐야 할 핵심 습관 중 하나이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작성하는 수많은 엔지니어링 보고서, 기술 사양서, 회의록, 이메일 속에는 여전히 이러한 애매한 표현들이 만연해 있다.

정확한 수치와 데이터로 승부해야 하는 엔지니어링 필드에서 감상적이거나 주관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필자는 기술 현장과 문서 작성 과정에서 강력하게 제안한다.

“이제는 모든 것을 ‘Pin Point’ 하자.”

우리가 소통하고 문서를 작성할 때 모호함을 없애고 명확한 타깃을 맞추기 위해 지켜야 할 핵심 제안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3. 구체적인 실천 제안 2가지

첫째, 모든 표현을 숫자로 구체화하라

모든 정성적인 묘사를 정량적인 숫자로 변환하여 표현하면, 상호 간의 소통 오류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며 상대방의 이해도가 극대화된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전 세계 누구에게나 동일한 의미로 전달되는 가장 완벽한 엔지니어링 언어이다.

일상적이거나 모호한 표현을 엔지니어링 관점의 숫자로 바꾸는 대표적인 예시는 다음과 같다.

  • 비용 및 예산 표현
    • 모호한 표현: “비용이 한 5, 60억 원 정도 듭니다.”
    • Pin Point 표현: “총 소요 예산은 56.2억 원입니다.”
  • 마모 및 손상 상태 표현
    • 모호한 표현: “부품에 과대한 마모가 발생했습니다.”
    • Pin Point 표현: “해당 부품의 마모량은 0.2밀리미터(mm)입니다.”
  • 간격 및 조립 상태 표현
    • 모호한 표현: “현재 갭이 좀 부족한 상태입니다.”
    • Pin Point 표현: “현재 측정된 갭은 2.0밀리미터(mm)로 부족합니다.”
  • 설계 기준 및 규격 표현
    • 모호한 표현: “설계할 때 갭을 충분히 여유 있게 잡아야 합니다.”
    • Pin Point 표현: “본 부품의 설계 기준 최소 갭은 5밀리미터(mm) 이상입니다.”

이처럼 대략적인 추정치나 주관적인 느낌 대신 명확한 수치를 제시하는 순간, 협의의 속도는 빨라지고 오류 발생 확률은 제로에 가까워진다.

둘째, 형용사와 부사를 과감하게 배제하라

진정한 엔지니어는 기술 협의를 진행하든, 복잡한 기술 보고서를 작성하든 형용사와 부사의 사용을 극도로 자제 (또는 완전 배제)해야 한다.

예술적 감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문장을 수식하는 형용사와 부사를 많이 사용하여 풍부한 감정을 전달한다. 문학 작품이나 마케팅 카피라이팅에서는 이러한 수식어가 필수적일 수 있다. 하지만 기술과 데이터가 중심이 되는 엔지니어링의 세계에서 형용사와 부사는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최대의 적이다.

“매우”, “상당히”, “과도하게”, “충분히”, “적당히”, “조금”과 같은 수식어들은 사람마다 느끼는 주관적인 기준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일을 진행하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조치해야 할지 정확한 행동 지침을 알 수가 없다.

4. 맺음말: 행복한 엔지니어링의 시작

엔지니어가 일상과 업무 속에서 애매한 수식어를 버리고, 오직 정확한 숫자와 팩트를 중심으로 소통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불필요한 오해와 회의 시간, 그리고 그로 인한 재작업(Rework) 스트레스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다.

엔지니어가 철저하게 숫자를 사용하고 형용사와 부사를 걷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행복설계’를 시작하는 첫걸음이다. 오늘부터 우리의 모든 소통과 문서에서 모호함을 지우고 정확한 타깃을 맞추는 ‘Pin Point’ 습관을 실천해 보자.

댓글로 여러분의 경험을 공유해 주세요.

카카오톡/페이스북 공유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