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지니어링은 예술

발행 2020.01.20. | 업데이트 2026.08.03.

엔지니어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다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입니까?”

“엔지니어링이란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새로 입사한 신입 엔지니어들을 교육할 때 마다 빠짐없이 던지는 질문입니다. 저마다 생각하는 기술과 개발의 정의를 말하지만, 제가 건네는 답은 늘 하나로 귀결됩니다.

엔지니어링은 예술입니다.

엔지니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엔지니어링의 본질’에 대해 명확하고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해야만 비로소 주체적이고 가치 있는 ‘행복 설계’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1980년대 연구소의 기억: “정확은 예술이다”

1980년대, 제가 근무하던 회사 연구소 벽면에는 “정확은 예술”이라는 문구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습니다.

흔히 ‘예술(Art)’이라고 하면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문학을 쓰는 전통적인 예체능 활동만을 떠올립니다. 사전적 의미의 예술은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인간의 활동과 그 작품을 뜻합니다.

하지만 예술의 또 다른 본질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아름답고 높은 경지에 이른 숙련된 기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연구소 액자에 적혀 있던 “정확은 예술이다”라는 문장은 결코 단어를 수식하기 위해 아무렇게나 붙여놓은 상투적인 구호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을 오차 없이 구현하여 아름다운 경지까지 끌어올리는 엔지니어링의 높은 완성도와 정밀함을 함축하는 궁극의 표현이었습니다.

2. 과학과 엔지니어링은 어떻게 다른가?

많은 사람들이 과학(Science)과 엔지니어링(Engineering)을 비슷하게 생각하지만, 두 분야의 지향점은 명확히 다릅니다.

  • 과학자(Scientist): 자연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하여 원리를 발명하고 이론화하는 탐구자입니다.
  • 엔지니어(Engineer): 과학자가 밝혀낸 자연의 무한한 원리와 능력을 인간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실제화하는 창조자입니다.

따라서 엔지니어링은 단순한 학문적 유희에 그치지 않습니다. 인간, 돈(경제성), 재질(소재), 기계, 에너지라는 5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조합하는 고도의 종합 예술입니다. 자연의 원리를 경제적 목적에 맞추어 “어떻게 하면 실제 생활에서 더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을까?”를 끝없이 연구하는 과정이 바로 엔지니어링입니다.

3. 엔지니어의 4대 혁신 명제: “새롭게, 값싸게, 좋게, 먼저”

엔지니어에게 창의성은 생명과도 같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도구, 프로세스, 제품의 성능에 쉽게 만족하는 순간 기술적 진보는 멈추게 됩니다.

창의성을 품은 엔지니어는 제품을 개발하고 연구할 때 다음의 4가지 핵심 원칙을 가슴에 품어야 합니다.

  1. 새롭게 (Novelty): 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적용한다.
  2. 값싸게 (Cost Efficiency):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되지 못하면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없다. 경제성을 극대화한다.
  3. 좋게 (Quality): 사용자에게 뛰어난 성능과 안전성, 만족감을 선사하는 최고 품질을 구현한다.
  4. 먼저 (Speed/Timing): 시장과 세상이 필요로 하는 시점에 한발 앞서 세상에 선보인다.

이 4가지 가치를 동시에 실현해 내는 과정은 실로 대단한 기교와 장인정신, 그리고 창의적인 직관을 요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엔지니어링이 단순한 노동이 아닌 ‘예술’이라 불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4. 기술을 넘어 ‘행복’을 설계하는 예술가

인간에게 유익을 주는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해 내는 엔지니어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닙니다. 세상의 편의와 발전을 이끄는 가치 창조의 예술가입니다.

단순히 상선의 지시대로 도면을 그리고 코드를 짜는 고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작업은 지루해집니다. 하지만 “나는 자연의 원리와 인간의 지혜를 결합하여 세상에 없던 편리함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라는 자부심을 가질 때, 연구 개발의 모든 순간은 즐거운 창작 작업으로 변합니다.

내가 만든 제품과 기술이 세상에 나가 많은 이들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엔지니어는 예술가다”라는 확고한 철학으로 연구 개발에 임할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 설계’가 완성됩니다.

발행 2020.01.20. | 업데이트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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